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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유학 인생 역전 기회냐 무모한 도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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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명유학원 작성일07-08-0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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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영어학원에서 살다시피 하는 오모(37) 씨는 세 살, 다섯 살짜리 자녀를 둔 가장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그는 내년 가을, 늦어도 내후년 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 밤잠을 설치며 영어 공부하는 것은 유학에 필요한 토플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최근 오씨처럼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떠나려는 30, 40대가 많다. 유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30대 직장인 중 유학길에 오른 사람들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들은 왜 ‘모험’과도 같은 늦은 유학을 떠나는 것일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결정한 오씨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도전으로 이를 설명한다.

“직장인들은 월급을 ‘뽕’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위치에 불만이 생기고 일에 회의가 들 때쯤 ‘뽕’을 맞죠. 그러면 그냥저냥 다시 한 달을 살게 돼요. 그리고 또다시 불만이 생기고 회의가 들고, 또 뽕을 맞고…. 이를 반복하면서 일상에 안주하게 되죠.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그렇게 살기에는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용기를 냈습니다.”

기업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무엇보다 학위가 필요했다. 학위 유무에 따라 대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에게 유학은 학위도 따고, 아이들 어학공부도 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선택이었다. 아이들 때문인지 아내도 쉽게 동의했다.

그렇다고 그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월급쟁이로 아이 둘 키우면서 저축을 하기란 사실상 어려워요. 요즘 직장인들의 근무 연한이 평균 10~20년 아닙니까. 그럴 바에야 지금 이쯤에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설령 이 도전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해도 아무것도 안 하고 주저앉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9년째 방송작가 일을 하고 있는 이모(32·여) 씨는 방송국에서 제법 잘나가는 작가로 통한다. 그러나 최고는 아니다. 앞으로 최고가 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어정쩡한’ 처지를 고민하던 그는 미국 유학으로 탈출구를 찾았다. 사람들은 그의 결정을 놓고 ‘배부른 소리 한다’고 했다. “왜 잘하고 있는 일 때려치우고 모험을 하냐”는 힐난이다.

그러나 이씨의 판단은 달랐다. 방송작가 일이란 게 안정적이지 못해 지금 당장은 먹고사는 데 지장 없지만 미래가 불투명했다. 뭔가 전문적인 ‘잡’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이 그의 결단을 재촉한 것. 이씨가 유학을 결정한 데는 독신으로 살지 모르겠다는 불안감도 한몫했다. 독신으로 살자면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어려움·낯선 생활 부적응 등 난관 많아

유학을 준비 중인 오씨와 이씨가 부러워할 만한 이가 있다. 뒤늦은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와 자리를 잡은 류재욱(39) 씨다. 류씨는 1998년 가을, 5년 동안 다니던 외국인 컨설팅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2000년 6월 귀국했다.

돌아와서는 바로 ‘네모파트너즈’라는 컨설팅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몇 안 되는 직원을 두고 시작한 회사는 현재 200여 명의 직원을 둔 종합 컨설팅 지주회사로 성장했다. 회사가 이만큼 성장한 데는 유학을 통해 얻은 국제적 견문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졸업생이라는 크레디트가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유학을 다녀온 것에 만족한다.


“유학을 시도했던 이유는 해외생활을 통해 사고의 폭과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만 보고 달려온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여생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류씨는 카투사를 제대하고 외국인 컨설팅 회사를 다니면서 평소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았기에 유학 준비가 그리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해보니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젊은 친구들에 비해 체력도 떨어지고, 서툰 외국어로 막대한 양의 과제를 하는 것도 고역이었어요. ‘내가 이 나이에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도 종종 했죠. 게다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상대평가로 성적이 나쁜 사람들을 탈락시키는 제도가 있는데, 그 스트레스가 한국의 고3 스트레스보다 훨씬 무거웠어요. 한국인 선배들이라도 있으면 시험 계보도 얻고 할 텐데, 한국인이라고는 서너 명밖에 없으니 그것도 불가능했죠. 여기서 떨어지면 끝이다 하는 마음으로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느라 뒤늦게 떠나는 유학은 ‘인생 역전의 기회’인 동시에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유학 전후의 달라진 국내 사정에 대한 꼼꼼한 고민과 연구는 그래서 중요하다.



혼자가 아닌 그는 생활비와 가사, 육아도 신경 써야 했다.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야 하는데 다음 날 시험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상황도 수차례 겪었다. 그의 아내와 어린 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숙사에서 세 식구가 함께 지내는 것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지만 한국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하버드에서 아내가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영어가 안 되니까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고, 6개월 된 아이와 하루 종일 기숙사에만 있어야 했던 아내가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아내는 결국 적응을 못하고 3개월 후 한국으로 돌아갔어요. 기혼자라면 유학 갈 때 배우자와 자녀를 많이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류씨는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무사히 졸업장을 손에 쥐면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 자신감이 귀국 후 회사를 차리고 운영해나가는 데 큰 힘이 됐다.

류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뒤늦은 유학을 가려는 이들에게 “무턱대고 가면 큰코다친다”고 충고한다. 충동적으로 결정하면 십중팔구 후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유학을 가는 뚜렷한 목적과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목적도 계획도 없이 유학 온 뒤 실패한 이들을 종종 보았다는 것이다.

실제 유학을 다녀왔다고 해서 모두 류씨처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좀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유학을 갔지만, 오히려 안 간 것만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충동적 결정은 절대 금물

국내 모 식생활용품 제조업체에 다니던 황모 씨는 89년 5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장학금을 받는 것이 쉽지 않아 그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다행히 당시 버블시대였던 일본에는 일자리가 많았다. 그래서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돈을 꽤 벌 수 있었고, 점차 공부를 하기보다는 돈 버는 일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일본 경제의 거품이 빠지자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가 없게 된 황씨는 박사과정을 수료만 하고 99년 귀국해야 했다.

문제는 그동안 국내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 그전까지 일본을 지향했던 국내의 시스템이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 미국식으로 변했다.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없었던 황씨는 다단계판매에 빠졌다. 일본의 다단계만 생각하고 국내 다단계에 뛰어든 그는 결국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그 후 그는 잠적해버렸다.

황씨처럼 유학을 가기 전 국내 상황과 돌아온 후의 상황이 달라 낭패를 본 경우가 비일비재다. 때문에 유학 전후의 국내 사정을 꼼꼼히 고려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투자 효용도 따져봐야 한다.

은행에 근무하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안모 씨는 재취업은 했지만 만족한 상태는 아니다. 유학생활 동안 들인 시간과 돈을 생각할 때 현재 일자리가 그것을 충분히 보상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뒤늦은 유학을 가려는 이들에게 이런 자신의 처지를 들어 신중한 판단을 권한다. 유학을 갔다 온 것이 안 갔다 온 것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하는지 따져보라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다 뒤늦게 떠나는 유학은 인생 역전의 기회이기도 하고 무모한 도전이 될 때도 있다. 선택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도전자들의 몫이다.

오씨는 미국에 가서 지금까지 일했던 기업교육을 전공할 계획이다. 그리고 돌아와서도 기업교육 분야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돌아와서 기회를 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담은 있지만 ‘먹고살 길이 없겠나’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길이 있을 것이란 낙관론으로 무장한 채 오씨는 오늘도 남들보다 한두 시간 일찍 출근해 공부하고, 동료들이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늦은 밤까지 공부한다. 방송작가 이씨도 오늘 밤 영어 방송을 틀어놓고 잠이 들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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