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동반땐 외국어 습득 걸림돌 되기 쉬워…교환학생은 운영재단 규정 꼼꼼히 살펴야

자녀를 유학 보낼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참으로 많다. 적당한 나이대부터 국가, 학교, 숙박형태 등 생각해야 할 조합이 퍼즐 게임을 방불케 한다. 특히 조기유학의 경우 자녀의 안전이라는 변수 때문에 고민의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학은 부모가 함께 가느냐를 기준으로 동반유학과 비동반 유학으로 나뉜다. 동반 유학은 효과 면에서 권하고 싶지 않다. 초·중학생 때 떠나는 1~2년짜리 단기 유학도 피해야 한다.

성장기의 뇌는 백지장과 같다. 모방과 흡수 능력이 최대로 발휘된다. 뇌과학이나 인지과학 분야에서 6∼12세에 두뇌의 모국어 신경망이 확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시기엔 모국어에 24시간 노출되는 게 좋다.

실제 1년간 두 아이를 데리고 영국에 동반유학을 다녀온 한 학부모로부터 “아이 영어 실력이 기대한 만큼 늘지 않아 실망했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외국어 습득이 1차 목표인 유학이면, 부모의 동반은 걸림돌이 되기 쉽다. 친척집이나 지인의 집에 머무르는 유학도 재고해야 한다.

비동반 유학은 관리형, 보딩스쿨, 교환학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유학 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꼼꼼히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한다.

관리형 유학은 영어권 국가에서 방과후나 저녁시간에 학원식 또는 과외를 통해 학습관리를 해주고 부모를 대신해 생활관리까지 해준다. 한국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과 자녀에 대한 애착 등 특수한 교육 요인을 반영한 것이다. 학습관리 측면에서 분명 장점이 있다.

반면 지나친 비용이라든지, 한국 학생들만 따로 모아놓은 관리방식 때문에 그 나라의 살아있는 관습과 문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보딩스쿨도 안전이나 학습 강도 측면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만만찮은 비용 때문에 대중적인 유학으로 보긴 어렵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단기간에 언어와 문화를 체득한다는 의미에서 도전할 만하다. 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 국무부 주관 프로그램 외에 초등학생이 참가 가능한 프로그램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교환학생은 운영 재단마다 지역 선택이나 호스트 패밀리(Host Family) 배정 등에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재단 규정을 먼저 짚어봐야 한다.

무엇보다 유학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자녀의 의지다. 유학원의 문을 두드릴 때 부모가 자녀의 등을 떠밀고 왔느냐, 자녀가 부모의 등을 떠밀고 왔느냐는 유학 이후에 큰 차이를 보인다.

전자의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자녀가 부모의 품을 떠나 외국의 도전적인 상황에 맞설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본격적인 유학에 앞서 자녀를 먼저 1~2개월짜리 단기 프로그램이나 워밍업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의지를 확인해 보는 게 좋다.

한국 공교육 제도를 원망하면서 떠나는 유학은 별로 좋지 않다. 토론보다 교사의 일방향 지시 수업, 창의력을 무시하는 암기 수업 등 공교육의 폐해를 나열하면서 떠나는 유학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학이 인재유출이라는 시선 또한 버려야 할 시각이다.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두뇌를 유학이 길러낸다면 더 많이 나가는 게 옳다.

그러나 선진국이나 영어권 국가만 좇아가는 유학 트렌드는 재고해봐야 한다. 유학원들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미권 및 중국, 일본을 제외한 국가로 유학 보내는 것을 외면하기도 하지만, 학부모들에게도 용기를 필요로 하는 선택이다.

최근 동남아, 아랍권, 멀리 남미의 특정 국가에 유학을 보내고 싶다는 부모들의 상담을 간혹 받는다. 제3세계에 일찍 유학해서 언어와 관습까지 몸에 밴 로컬 전문가를 양성하는 비주류 유학은 국가 차원에서 장려돼야 한다.